
비 오는 날, 왜 유독 더 생각나는 걸까?

후드득, 후드득.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따뜻한 국물 요리가 절로 떠오르잖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왠지 모르게 눅눅하고 차가운 날씨 탓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것 같아서, 포근하고 든든한 음식이 더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뜨끈한 칼국수가 그렇게 생각나요. 멸치 육수에 쫄깃한 면발, 거기에 쑥갓이랑 김가루 듬뿍 올려서 먹으면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거든요.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자기가 생각하는 '비 오는 날 대표 음식'이 하나씩 있더라고요.
나는 칼국수, 친구들은 왠지...

얼마 전에 비가 정말 세차게 오던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친구들한테 "오늘 같은 날 뭐 먹고 싶어?" 하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다들 저랑은 다른 걸 말하더라고요.

한 친구는 "당연히 파전이지!" 하면서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완벽하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나는 왠지 짬뽕이 당긴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친구는 "오늘 같은 날엔 튀김소보로가 최고"라면서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어요. 빗소리 들으면서 갓 튀겨낸 바삭한 튀김소보로라니, 듣기만 해도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긴 했어요.
그래서 결국 뭘 먹었냐면요

다들 자기 취향이 확고하길래, 결국 그날은 각자 땡기는 걸로 각자 해결하기로 했어요. 저는 역시나 집에서 칼국수 재료를 꺼내 끓였죠. 멸치 육수 끓이고, 밀가루 반죽해서 손으로 뚝뚝 떼어 넣고, 애호박이랑 감자도 썰어 넣었어요.
갓 익은 김치랑 같이 먹는데, 진짜 꿀맛이었어요. 뜨끈한 국물 한 숟갈에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죠.

친구들은 아마 파전에 막걸리를 마셨거나, 얼큰한 짬뽕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거나, 아니면 그 고소한 튀김소보로를 음미하고 있었겠죠. 상상만 해도 흐뭇해지는 풍경이었어요. 비 오는 날이라는 날씨 자체가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비 오는 날 음식, '국물'이냐 '바삭함'이냐

결국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들을 쭉 놓고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역시나 뜨끈한 '국물' 있는 음식들.
칼국수, 짬뽕, 수제비, 어묵탕 같은 거죠. 이런 음식들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마주하고 있으면, 세상 근심 다 잊고 오롯이 음식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따뜻한 국물이 몸 안의 냉기를 싹 녹여주는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는 '바삭함'을 강조하는 음식들이에요.
파전, 김치전처럼 빗소리와 비슷한 타이밍에 나는 '치익' 소리와 함께 갓 부쳐낸 전들, 그리고 튀김류도 여기에 해당되겠죠. 갓 튀겨낸 치킨이나, 겉바속촉 튀김소보로 같은 것들이요. 이런 음식들은 씹을 때 나는 '아삭' 소리가 빗소리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뭔가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 결론은요

뭐니 뭐니 해도 비 오는 날에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뜨끈한 국물이든, 바삭한 튀김이든, 아니면 예상치 못한 엉뚱한 음식이든요. 중요한 건 그 음식을 먹으면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포근함 아닐까요?
아, 그리고 비 오는 날엔 꼭 창가 자리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며 음식을 즐겨보세요. 평범한 메뉴도 훨씬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